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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오래 생각해봐야할 영화 ' 캐롤 (2015, Carol) '

by sjmilk 2016. 3. 26.



부드러운 새틴에 닿는 부드러운 손길같은 영화 ' 캐롤 '










보고 싶었고, 그래서 보러갔다. 


영화를 보면 어떤 부분이 눈에 들어오면서,  아 이 부분은 이런 것 같은데.. 아. 이 부분은 이런 걸 말하고 싶었을까. 하며 영화가 다 끝난 후에 영화를 곱씹으며 머리 속으로 정리가 되는 나를 본다. 그전에 영화에 대해 썼던 인사이드 아웃이나 겨울왕국클라우드 오브 실스마리아는 좀 달랐지만 그것은 사실 그녀가 정말 사라진것인지 주인공의 머리에서 사라인 것인지 생각해보다 그런 것이 더 컸었는데.











그러나 캐롤 후에는 생각은 멈추고 입은 다무는 것이 이 영화에 대한 존중으로 느껴졌다.  










나의 망설임은 살포시 나를 떠나 너에게 간다. 너의 웃음은 촉촉한 공기중에 방울방울 흩어진다. 

테레사가 캐롤을 바라보는 모습에 떨렸고, 예측할 수 없는 캐롤의 행동에 두근거렸다. 



둘 사이는 조근조근하고 살포시 걸었고 나는 그런 느낌에 익숙하지 않았던 것 같다. 



어느샌가 밥을 같이 먹더니 여행을 떠나고 다시 돌아오고 둘이 운명같은 사랑이라고 하니까 그래 그런가보지. 

뭔가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뛰어넘어서 설명해주지 않았다. 설명은 없다는 것이 장점이자 단점이다. 그들이 얼마나 사랑하는지도 그 사람의 표정으로 조금 알 수 있을뿐이었다.


그렇지만 캐롤은 두고두고 생각하게 해준다. 



왜 그랬을까. 왜 그런 표정이었을까. 왜 그런 말이었을까. 왜 그녀는 바로 일어나 가지 않았을까. 

내가 캐롤을 본 후 곱씹은 것들. 끊임 없는 질문은 그 어떤 영화보다 많았었다. 


사람과 사람과의 영화, 동성애 영화등 많은 수식어가 따라붙었지만 그게 뭐 그리 중요한가?

솔직히 영화에서 테레즈가 '그저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일뿐이야' 라며 동성애에 대해 친구에게 이야기하는 장면은 어떤 사람들에게 이 영화는 동성애를 다룬 영화가 아니다. 사람과 사람사이의 사랑을 그린 영화다 라고 이야기 할만한 근거를 줬을지도 모르겠다. 무슨 영화가 그걸 그렇게 재미없게 사람과 사람의 사랑이라며 직접 캐릭터의 입을 통해 이야기한단 말인가. 

그렇다고 이 영화가 동성애 영화가 아닌가? 그것도 아닌걸. 




이 영화가 특별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세상에서 살아가면서 사유 하다보면, 사회적 불평등과 다름에서 오는 차이, 권력관계에서 오는 여러 감정들

일어나서 나를 주장해야하는 순간, 소수자와 강자의 위치 등 많은 것을 생각한다. 



이 영화는 순수하게 두 사람의 사랑만을 담았다. 



이것은 어떨 때 가능할까? 



이것은 아무것도 모를때 가능하다. 그런 세상의 소수자를 둘러싼 담론과, 성별과 계급의 불평등에 대해 눈감고 사랑에 빠질때 가능하다. 그렇다면 어떨 때 그럴 수 있을까? 


'나는 아무것도 몰라요 그저 사랑뿐이에요.'



이것은 깨어나지 않은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 같지만 사실은 완전히 깨어난 세상에서 더 가능하다. -